그랜저......!!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 86아시안 게임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난게 마냥 자랑스러웠던 그 시절,

젊음과 젊음이 거리에서 피가 터지도록 엉켜붙던 그 시절,

나라 전체가 화산이 폭발하기 직전같은 에너지가 느껴지던 그 시절,

5000년을 이어오던 지긋 지긋했던 가난이 서서히 물러가며 시골집에 전

화기도 들어오고, 냉장고도 들어오고, 동네 공동 우물가를 정말 공동화

시켜버린 세탁기도 들어오기 시작하던 그 시절,

그럼에도 깡촌에 자가용이라곤 한 대도 없던 그 시절,

세상에 제일 잘난 넘만 탈 수 있는 차가 나왔다고 텔레비전이 떠들어 대

더군요..

우리 면에서 제일 높은 면장도 못타고, 우리 학교 그 잘나신 교장 선생님

도 못타고, 진짜 세상에서 젤 잘나고 잘사는 사람만 탈 수 있다는 그랜

져!!

군인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태어나서인지 절도도 넘쳐서 그 이름도 찬

란한 ‘각 그랜져‘!!!

이후 대한민국에서 젤로 돈이 많은 넘들만 타고, 젤로 쌈 잘하는 넘들만

타고,

암튼 뭐든 젤로 잘하는 넘들만 타는 차 그랜저!!!!

언젠가 명절 때 도회지에 나간 어떤 동네 누님이 타고 들어온 후 그 누님

을 곧바로 우리 동네 위인전에 오르게 했던 바로 그 차 그랜져...!!!

2015년....

그렇게 잘나가야만 타던 차를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저같은 평범한 사람

도 탑니다.

돈도 없고, 쌈도 못하고, 잘하는 거라곤 와이프한테 치는 뻥밖에 없는 제

가 사자카 덕분에 그랜져를 탑니다.

한달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이름이 내뿜는 포스에 눌려서, 시동을 걸때

마다 ‘송구스럽사옵니다. 제가 감히..... 통촉하시옵소서’......

중고차 산다며 입이 만리나 나왔던 울 와이프.....

한두번 타보더니 겸손한 자세로 두 손 모은 채 차에 오릅니다.

울아들은 핸들에 이것 저것 붙어있는 버튼이 너무 멋있다며 아빠를 다시

존경스러워 합니다.

시크한 사춘기 딸은 매번 어떠냐는 아빠의 질문에 딱 한마디만 합니다.

“좋아”!!

돈앞에 한없이 약해지시는 울 어머니만 “염병허등갑다!! 암시랑토 않은

차를 버리고 겁도없이 이렇게 비싼 차를 산다냐~~! 느그한테는 돈을 푸

대로 갖다줘도 못당허것다!!” 라며 혀를 끌끌 차시며 승차 거부중이십니

다.

그렇게나 이차는 5년도 넘은 중고차라 그리 안 비싸다고 해도 도통 믿지

를 않으시네요...

차를 구입한지 이제 한달이 되었습니다.. 시간 참 금방가지요??

아직까지는 모든 식구들과 함께, 가고자 했던 동해안 여행은 못했습니다.

하지만 꿈은 많이 꾸고 있지요.

울 어머니의 화가 풀리고 통장에 잔고가 다시 차오르면 이 세상에 젤로

잘나가는 넘들만 타던 그랜져를 몰고 동해안 바닷가를 가볼까 합니다.

그때가 되면 동해안의 시리도록 푸른 사진 한 장 올려 드릴게요...

그동안 시간이 없어 구입후기를 못올렸는데 마침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차를 고르고 구입한 전 과정에서 보여주신 김사장님의 성

의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믿음과 신뢰에 정성으로 보답해 주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꼈던 감동을 저도 이번에 경험하게 되었네요.

앞으로 제 차량 교체 주기도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ㅎ

더욱 건승하시고 언제가 될지 모르나 믿음과 신뢰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아울러 사자카의 마스코트 소정씨를 비롯한 다른 가족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도 함께 기원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세요..

차 자~알 타겠습니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