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는 자동차를 드디어 샀습니다.

2005년식에다 22만을 뛴 녀석을 사는 것에 대해 모두가 반대했지만, 저는 의지가 확고했습니다.

만약 이 녀석이 말썽을 피워서 폐차를 하든 수리비가 왕창 깨지든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저지르고 보자!

하고 일요일 저녁에 갔다가 대충 훑어보고 월요일에 출고했습니다.

우와, 사자카에서 차를 사니까 역시 2005년식에다 22만을 뛴 차라도 새 차 같네요!

라고 한다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겠죠.

사장님께서 제게 중고차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실 때 이런 식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좋은 말들이야 좋은 말들만 올려놓은 것이고, 사실 여기 나가자마자 퍼진 차량도 있고 그렇다. 그런 사람들이 홈페이지에 글을 쓰겠느냐. 어디까지나 확률적인 문제다. 자동차를 기준치만큼 끌어올려놓을 뿐이지, 그게 모든 걸 장담해주진 않는다.

여기서 차를 사야겠다는 확신이 드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확신뿐만 아니라 확실히 맞는 말이었습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상태가, 출고를 하려고 보니 아니었던 겁니다.

히터가 잘 안 나온다고 해서 현재 고치는 중이라고 하여 '냉각수가 부족한가?' '히터 코어가 막혔나?' '서모스텟이 가 버렸나?'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느 쪽도 반가운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제가 보닛을 살펴보다 워셔액이 없길래 헤헤 하고 있으니 보충해주시는데, 그대로 바닥으로 줄줄 새는 문제까지 발생.

이것이 확률적인 문제구나!

다행스럽게도 한두 시간 만에 정비가 끝나서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운전을 해서 차를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170km 거리를 오면서 중간중간에 운전미숙으로 '때려박겠다' 싶은 순간만 10번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체는 믿음직스러웠고, 브레이크는 생각 이상으로 잘 들었기에 사고는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들 인식은 20만 키로 넘은 자동차는 가다가 두동강 나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 같은데 말이죠)

알피엠이 2500~3000대에서 종종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고 느껴지는 진동이 느껴지는 것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훌륭했습니다.

그래서...결론만 말하자면 제가 느낀 건 이겁니다.

550만 원 주고 산 자동차는 말 그대로 550만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550만 원 주고 산 자동차가 1000만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저는 1000만 원에 다시 팔 겁니다.

어떤 물건을 돈 주고 사면서 제 값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받았단 느낌은 오랜만이었습니다.

(보통은 내가 그걸 왜 샀을까 후회막심한데)

한 3-5년 타고서 소모품만 갈았다는 글을 저도 과연 쓸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사용자 정비는 열심히 하면서 즐겁게 타 보려고 합니다!

사장님 감사하고, 직원분들도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광택작업, 세차, 정비하시는데 주변에서 알짱거려서 죄송해요. 너무 흥미로워서 그만...-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