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카를 통해 구입하기 전에는 직장 동료로부터 현대 싼타페 (디젤/수동)을 구입해서 10년간 20만km를 주행하면서, 이것저것 공부하며 고쳐가면서 탔습니다. 8만km에 구입해서 28만km일 때, 부친에게 드린다면서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단골 정비소 직원에게 넘겼습니다.

초창기 CRDI 엔진에다 DMF 플라이휠을 조합한 수동변속기... 더 이상 얘기안해도 얼마나 골치거리였는지 아실듯 합니다.

그래도 정비를 정성들여 한 덕분에 마지막까지도 연비 18km/l를 유지하고, 처음보다 오히려 소음진동이 줄어든 좋은 상태로 유지했지만, 현대자동차와 블루핸즈의 기술, 태도, 정보, 가격 등 뭐하나 만족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사자카에서 처음 올드카를 구입한 후로, 쭈욱 외제차만 이것저것 그냥 그때그때 연이 닿는 대로 구입해서 탔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편했던 것만은 아니었고, 중고차, 사고이력, 년식 등등을 감안하면 당연히 문제점도 따라붙었지만, 사장님과 상의하고 정비하면서 해결하거나, 제가 직접 정비자료 찾고, 부품 구입하고, 동네 단골 정비소에서 해결하기도 하면서 운행했습니다. 

벤츠, SAAB, 아우디, 포드 모두 각각 장단점이 있고, 무엇보다 국산차보다는 아무래도 부품가격, 수급 시간, 보험 가입과 처리 등이 국산차보다는 불리했지만, 누가 뭐래도 부식이 없고, 엔진과 변속기를 신뢰할 수 있었으며, 주행 질감이 뛰어나다는 점이 장점이었습니다. 특히 SAAB의 터보 버전은 핸들링, 브레이킹, 출력, 가속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뛰어난 스포츠카였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지금도 부품 수급만 원활하다면 독일 3사 제쳐두고 SAAB를 타고 싶습니다.

구닥다리 스포티지는 당시 같이 살기 시작한 반려견이 멀미가 심해서 수시로 차안에서 토하는 바람에 부담없이 막굴릴 수 있는 차가 필요해서 구입해서 탔는데, 그 차... 제가 부란자빼고 정말 이것저것 다 정비하고 부품 구입하고 교체했던 차라 계속 보유할까도 고민했습니다만, 결정적으로 차가 작아서 "Full-Flat"으로 시트를 눕혀도, 제가 누워서 잘 수가 없더군요 (테일게이트를 열어야만 가능). 그래서 제 반려견이 멀미가 없어지고 자동차 여행에 익숙해질 무렵, 포드 익스플로러로 교체했습니다. 당시 매물로 레인지 로버 2대가 있었으나 자금 문제도 있고해서 먼저 익스플로러를 구입했습니다.

모든게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속력, 연비, 기능, 공간 등등. 익스플로러를 구입하고 반려견과 함께 차박 캠핑을 자주 다녔습니다. 파주, 양주, 남해, 통영 등등. 그런데 시트를 Full-flat으로 접고 나면, 2열과 3열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게 좀 불편했습니다. 자다가 푹푹 빠지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매각하고 레인지 로버를 계약했습니다.

이 와중에 하루 왕복 출퇴근 거리가 좀 되는 곳에서 당분간 일하게 되었는데, 4,400cc 엔진으로 출퇴근 왕복을 할 필요는 없겠다 싶어서, 출퇴근용 승용차를 하나 더 구입한 것이 XG 3.0입니다. 단순 출퇴근용이니 다른건 제쳐두고 외관, 엔진, 변속기만 보고 골랐습니다. 외관이 말끔하니 좋고, 엔진이 3,000cc니 출력 좋고, 변속기는 자동 5단이라 시대에 뒤쳐진 감이 있으나 내구성은 문제없으니 충분합니다. 오히려 최근 국산차는 GDI 엔진에 다단변속기를 조합해서 연비와 출력을 함께 잡았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실상은 쏟아지는 결함에 소비자들만 골탕먹고 있는 현실이지요. 이런 상황을 10년간 싼타페를 운행하면서 신물나게 겪었던 터라, 저는 연비엔 신경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짜피 기름값 아껴봤자 수리비로 더 큰 돈이 나가더군요. 게다가 수리비 자체도 문제지만, 시간도 낭비고, 그 동안 차량을 사용하지 못하니 거기서 오는 손해와 불편이 더 크다는게 제 경험이었습니다.

310만원에 구입한 XG 3.0은 엔진, 외관, 변속기가 더 없이 훌륭했습니다. 게다가 사장님께서 직접 인수 전날밤 늦게까지 광택과 유리막 코팅까지 해주셨고, 인수하는 날 담당 직원분들께서도 추가로 수고를 아끼지 않고 더 손질하여 출고해주셨습니다. 모든 스위치와 기능이 다 정상이었고, 출고된지 15년도 넘은 차가 주행거리는 13만km 조금 넘은 정도니까, 310만원 중고차가 아니라 새차 같아 보였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2000년 전후로 출시한 국산차 전체에 해당하는 부식문제. 게다가 파악된 것만 제가 4번째 소유주 인데다, 여러 차례 사고를 겪었던 차량이다보니, 사고 수리(판금과 도장) 상태가 그다지 좋지 못하고, 원래 물서스로 유명한 차량인지라 적응하기가 쉽진 않았습니다. 아내와 약속하기를 앞으로는 더이상 차량을 교체하지 않고, 레인지로버와 XG, 2대를 계속 운행하기로 했으니, 타면서 차차 정비를 좀더 할 생각입니다. 

차량을 가져와서 일단 엔진오일은 제가 쓰던것으로 교체하고(기존 것이 조금 무거워서), 휠 얼라인먼트와 전륜 디스크 연마를 거치니, 주행질감이 새차같습니다. 출렁이는 쇼바는 적응이 어렵지만 당시 XG가 지향하던 고객 특성이 그런 것을 어쩌겠습니까. T.T

현재 판금-도장 상태를 봐서는 2열 도어(좌/우)는 사고가 없는 것을 폐차장에서 구해서 교체하는게 나을 것 같고, 하체는 부싱이 좋지 않아 소음이 있으니, 일단 현상태로 운행하다가 변속기 오일 교체(향후 5만km 추가 주행)할 때, 하체 관련 부품 일체를 교체하고, 현재 브레이크 하이드로백에서 소음이 발생하니 기회봐서 이것도 교체하고, 도어 웨더 스트립과 도어 몰딩 일체를 교체하면 완벽할 것 같습니다. 하체 부식(좌우측 사이드씰, 그리고 리어 사이드멤버)과 펜더 부식은 대구에 손판금 장인이 있다고 하니, 찾아가서 상의해보면 방법이 있을 듯 합니다. 그밖에 "트렁크 이너 라이너를 고정하는 핀과 안전벨트 스토퍼, 그리고 혼 (하이/로우) 세트"를 어제 현대 모비스 부품점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었는데, 다 해서 3만원도 안되더군요. 현대기아차가 한국에서 거의 독점에 가까운 영향력을 갖는 최고의 장점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차량에... 이렇게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 각자 판단이야 다르겠지만, 저는 그 동안 10여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운행하면서 서로 다른 차량의 특성과 정비를 즐기면서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딱 정해진 차를 오래도록 운행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인생 후반에 해야할 일도 정해졌고, 다시 일에 매진해야할 시기가 다가오니, 차에 대해 시간과 신경을 쓰기보다, 꾸준하게 예측되는 차량을 운행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즐기는건 레인지 로버겠지만, 외부 업무는 XG로 하면, 어디 주차하든, 정비를 맡기든, 무얼하든 신경쓰일 일도 없겠지요.   

잘 달리고, 잘 서고, 6기통 엔진은 매끄럽고, 출력 넉넉하고, 안정적인 변속기에, 모든 기능이 살아있는 전자장치, 게다가 말끔한 천연가죽 시트와 실내, 그리고 사장님과 직원들이 살려주신 광택까지. 310만원에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1박2일간 차량 출고를 위해 애써주신 사장님 이하 직원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또 찾아뵙겠습니다. 날이 점점 차가와지는데, 모두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